[맞짱 토론] 어린이집에 네트워크 카메라 허용해야 하나

입력 2015-04-10 20:38  

[ 고은이 기자 ] 어린이집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를 폐쇄회로TV(CCTV) 대신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이 학부모의 선택권을 넓히고 아동학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지나친 감시로 아동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외부 영상 유출까지 우려된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CCTV는 아동학대가 일어난 뒤에 요청해야만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네트워크 카메라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녀의 어린이집 생활을 지켜볼 수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CCTV설치 의무화법(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로 CCTV를 대체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CTV와 네트워크 카메라 중 무엇을 설치할지는 학부모와 어린이집의 합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미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이 전국에 3000여곳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보수적 학부모단체들은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조항이 아동과 보육교사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네트워크 카메라가 어린이집에 설치돼 누구나 실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되면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영상이 유출돼 악의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또 비교적 발달이 느린 아이를 왕따시키는 등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과도한 학부모의 간섭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보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찬성 / “아이들의 모습 실시간 확인…부모-어린이집 신뢰 더 돈독해져”

교사보다 아이들의 인권이 더 중요

지난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이후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서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쟁점이 되는 것은 네트워크 카메라를 CCTV의 대체품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어린이집 아이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송돼 부모가 직접 PC나 휴대폰 등을 통해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지금도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자녀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어린이집과 부모 간 신뢰도 돈독해졌다고 알려졌다.

먼저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와 관련한 오해의 소지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법안에는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한 전제로 보호자, 원장, 보육교사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적시했다.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는 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다는 뜻甄? 설치 의무화가 아니라 이들의 합의가 이뤄져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하고자 할 때에만 허용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 네트워크 카메라 열람과 관련해 아무에게나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별로 별도 계정(ID)과 패스워드를 부여해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즉 네트워크 카메라의 사생활 침해나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마련돼 있다. 법안에 네트워크 카메라의 설치 요건 등 개인정보 보호방안을 함께 담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카메라로 인한 사생활, 인권 침해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는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보며 가르치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정직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교사가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말에 휘둘리는 상황이 생길 때나 교사가 보지 못한 상황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그 원인을 알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근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아이, 부모, 교사, 원장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입장을 반영할 수 없을지라도 가장 중요한 원칙인 아이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하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사와 학부모의 인권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가장 힘이 없는 아이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땅에서 건강하고 밝게 성장해야 할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아직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의 불안과 염려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일부 성인의 양보와 부담을 요구해야 하는 지금 상황이 편치만은 않지만 이제 조금씩 수용하면서 좀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이런 대원칙 아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둘러싼 주요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와 대안이 마련되고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이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는 CCTV 설치 의무화 외에도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 인성교육 강화, 아동학대자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돼 보다 좋은 환경에서 아동이 성장할 수 있고, 어린이집 종사자의 근무여건과 복지도 개선되기를 바란다.

반대 /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으로 보육현장에 혼란 야기할 것”

불필요한 비교로 아이들 상처입을 것

보육현장은 영·유아기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의 장’이다. 그런데 지금 일부에서는 부모가 어린이집 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육현장의 교육적 특성은 물론 영·유아 발달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이미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일부 어린이집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은 같은 또래여도 큰 발달 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영·유아기의 발달 상황이 아동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어린이집 상황을 공개하면 이 같은 학생들의 발달 차가 모든 학부모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아이들끼리 불필요한 비교를 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 학부모에게까지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다. 장애 아동과 다문화가정 아동의 경우 이 같은 비교와 편견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또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어린이집에서 아동 간의 사소한 다툼과 갈등이 학부모 간 갈등으로 확대돼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린이집에 항의하며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다른 학부모들이 행동이 거친 아이를 점찍어 왕따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아이를 특별히 돌봐달라는 요구도 빗발친다. 실제 네트워크 카메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어린이집은 아이의 머리가 풀어졌는데 왜 바로 묶어주지 않느냐는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는 등 교사가 주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영유아보육법에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 조항을 포함하려는 쪽에서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포함되지 않으면 기존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어린이집이 폐쇄회로TV(CCTV)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주장이다. 지난 3월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포함해 현재 논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 내용에는 ‘원장과 교사, 학부모 전원의 동의가 있을 경우 CCTV 설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미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어린이집에서는 이 조항에 따라 어린이집 구성원의 동의를 얻으면 CCTV를 설치할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의 합의가 있을 때만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최근 재원생 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한 명의 학부모만 설치를 요구해도 거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보육교사의 경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원장과 학부모가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를 원하면 사실상 이 의사에 반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아동학대를 비롯한 어린이집 내 모든 문제는 원장과 교사, 학부모 사이의 신뢰관계 회복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서로를 감시하며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건강한 보육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점을 깨닫고 보육현장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제도 정착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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